도시곰의 사진 개똥철학 2편.
잘 찍은 사진이란 무엇일까?
1편에서 이야기하였듯, 사진이란 나의 생각을, 나를, 나의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그 표현이 내가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된 것이 잘 찍은 사진이 아닐까?
10여 년을 넘게 사진을 찍으며 끝없이 고민했었다. 도대체 좋은 사진은 무엇일까? 찍는 사람마다 표현의 방법이 다 다르듯, 보는 사람 역시 다 다르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수 아이유가 있는 반면, 매니악하지만 찐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가수 자우림도 있다. 그럼 아이유는 좋은 가수이고, 자우림은 좋지 않은 가수일까?
아니. 절대 그렇게 표현할 수 없을 것 이다.
그렇다면 사진이란 결국 촬영자의 생각을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이고, 그 생각을 잘 표현해 냈다면 그것은 좋은 사진인 게 아닐까?
그렇다면 또다시 질문. 내가 좋아하는 사진, 나의 마음을 표현한 사진은 어떠한 사진인 것일까? 나는 사진을 왜 좋아했고, 왜 사진을 찍는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나에게 사진이란.
다시 꺼내 읽는 낡은 일기장 같은 것이다.
나는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시작했는데,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을 많은 시간이 흘러 다시 열어보아도 그날의 기억, 온도, 기분, 냄새들을 다시금 내가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매개체였다.
위 문장이 내 사진의 방향성을 결정지었다.
다시금 꺼내보았을 때, 그날의 모든 것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면 사진을 찍을 때 행복해야 한다. 그래야 사진을 볼 때 행복할 테니까.
다시금 꺼내보았을 때, 보기 싫지 않아야 한다. 즉, 촌스럽지 않아야한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촌스럽지 않으려면 화려하기보다는 담백, 깔끔한 설렁탕 같은 사진이 되어야 한다.
10년이라는 세월을 상업사진작가로 살아오면서, 정말 수 없이 고민했다.
다른 작가님들 사진을 따라도 찍어보고, 스타일도 따라 해보고, 촬영할 때 멘트까지 따라 해보았다.
그런데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었는데, 그게 따라한 그들만큼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물론 상업사진이기에 트렌드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트렌드에 맞지 않는 사진이라고, 나쁜 사진일까?
경력이 쌓이고, 자신감이 생기고, 확신이 생겼다.
트렌드를 무시하지는 않되, 그들을 따라잡으려고 억지로 쫓지는 않으며, 나의 캐릭터를 지키면서도 나아갈 수 있다고. 어느 순간 확신이 들었다. 그러자 잘 찍은 사진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에 답을 내릴 수 있었다.
정답은 없어.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진만 있을 뿐.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 잘 찍은 사진이지.
내 의도대로 찍힌 사진이 좋은 사진이지.
나영석 PD가 이런 말을 했다.
트렌디하다는 것은
세상의 결과 나의 결이 일치하는 순간을 만난 것이라고.
그리고 지금은 그게 점점 어긋나는 것을 느낀다고.
정말 이마를 탁 치는 멘트였다.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내면을 잘 살펴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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