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플리오는 큰 도시는 아니었다. 지중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작은 휴양도시의 느낌이 강했다. 위 지도상 붉은 원이 메인 스트리트였는데 골목골목길이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바다 중간에는 Bourtzi Castle 이라는 녀석이 떠 있다. 원래는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던데 내가 갔을 때는 배를 타고 주변만 둘러보고 올 수 있다고 했다. 물론 굳이 배를 타고 가는 것보다 멀리서 보는 게 더 이뻐 보인다.
야자나무와 요트, 푸른 하늘, 뭉게구름, 반짝이는 바다. 지중해였다. 지중해 분위기를 한껏 느끼며 가슴의 두근거림을 즐겼다.
'바로 이게 지중해지.'
나프플리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양갈비도 뜯고, 더운 날씨에 못 이겨 젤라토도 먹고, 각종 음료수들도 들이켰다. 무지막지하게 더웠거든.
Akronafplia's Castle 이라는 이름의 성인데, 더운 햇살을 뚫고 간 것 치고는 와 꼭 가봐야 합니다!라고 외칠만한 장소는 아니었지만, 시간이 남는다면 들려볼 만한 장소였던 것 같다. 조금, 아니 많이 더웠지만 걸어서 못 갈 거리는 아니었으니까.
그러고 방문한 곳이 Paralia Arvanitias 라는 이름의 해변가였다. 해변가에 Bar도 있어 가볍게 음료, 맥주도 마시기 좋았고 마음 같아서는 카메라 장비를 숙소에 넣어두고 다시 와서 수영을 하고 싶었을 정도로 너무나 멋진 분위기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벌써 5일차라 체력이 떨어지기도 헀고, 날씨가 너무 더워 다시 숙소에 갔다가 올 자신이 없기도 했다. 우버 타고 갔다 올까도 생각했지만, 작은 도시라서 우버는 잡히지 않았다.
그리스 여행 중 참 아쉽게 남아있는 기억 중 하나. 그렇게 해변까지 구경을 마치고, 우선 숙소로 돌아왔다. 남아있는 목표 지역은 팔라미디 요새가 유일했는데, 아직 해가 넘어갈 시간도 남았고 구글지도상으로 요새가 문 닫을 시간도 충분히 여유 있게 남아있었기에 우선 숙소에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이미 숙소에 체크인할 때 팔라미디 요새에 가는 택시를 불러줄 수 있냐고 체크해 둔 상태였기에 편하게 쉬다가 내려와서 택시를 요청했다. 역시나 10유로 내외였던 것 같다. 택시를 타고 한 10분? 15분? 정도 달렸을까. 꽤나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올라가 팔라미디 요새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당황해서 찍어놓은 사진도 없다. 분명히 구글 지도상으로 요새가 문을 닫기까지 30분이나 더 남았는데 이제 문을 닫았다며 입구에서 사람들을 막고 있는 게 아닌가? 내가 타고 온 택시는 이미 돌아내려 갔고, 나의 계획은 택시를 타고 올라와서 반대편 계단으로 내려가는 거였는데.
이 날씨에, 이미 해가 넘어가기 시작한 이 시간에 그 길을 걸어내려 가는 건 미친 짓이었다. 가족 여행객들을 보면서
'히치하이킹을 해야 하나? 기왕이면 가족 여행객이 안전하겠지?'
를 고민하며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요새 직원이 다시 나와서 문을 닫았다고 설명하고 있길래 달려가서 문을 붙잡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Excuse me, sir.
난생처음 sir 라는 단어를 썼다. 급박하니 생각도 못했던 영어로 극존칭을 할 줄이야. 그녀는 안된다며 문을 닫았다는 말에 나는 조급하게 이야기했다.
나는 택시를 타고 올라왔다. 반대편 계단으로 내려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문을 닫으면 나에게는 방법이 없다. 제발 부탁한다.
그녀는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양인 남성을 바라보다가
오케이. 알겠다. 대신 구경할 생각하지 말고 쭈욱 직진해서 밖으로 나가야 한다.
Thank you! sir!
정말이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팔라미디 요새에서 내려다본 나프플리오.
상당히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야 해서 조심스럽게 내려가야 했다. 높이도 높고 가파르다 보니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 나처럼 사진 찍는 여행객도, 커플 여행객도, 가족 여행객도 만나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내려왔다.
사... 살았다.
여행하며 촬영한 사진으로 각종 아이템을 만들었습니다. 아래 링크에 등록되어있지 않은 상품이나, 액자 구매를 원하시면 별도로 인스타 DM, 혹은 블로그 댓글 주시면 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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